회사의 노동자정당 건설전략에 대해 재고를 요청함: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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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우리의 관념과 활동방식에는 1987년 이전 시대의 유물도 섞여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메너리즘이나 굳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6)우리의 관념과 활동방식에는 1987년 이전 시대의 유물도 섞여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메너리즘이나 굳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
1972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 정치상황은 전형적인 '개발독재' 였으며 '종속파시즘체제'였다. 이 폭압통치 기간을 통해서 한국 자본주의는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주의운동이 싹트고 자라나온 밭은 이 시대의 이른바 '민족민주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학생운동이었다. 우리는 이 시대에 형성된 관습과 관념을 아직도 많이 물려받고 있다. 예를 들면 유신시대와 5공 시대에는 정치적 자유의 한계상황에서 잡혀들어가는 것, 구속되는 것이 운동이었고 투쟁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운동은 선전가도 선동가도 조직가도 키우지 못했다. 요컨대 유능한 정치가를 키우지 못한 것이다. 다만 지사를 키웠을 뿐이다. 지사는 고집이 세고 비타협적이고 독불장군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체질이 다소간 남아있다. 또다른 예를 든다면 | 1972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 정치상황은 전형적인 '개발독재' 였으며 '종속파시즘체제'였다. 이 폭압통치 기간을 통해서 한국 자본주의는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주의운동이 싹트고 자라나온 밭은 이 시대의 이른바 '민족민주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학생운동이었다. 우리는 이 시대에 형성된 관습과 관념을 아직도 많이 물려받고 있다. 예를 들면 유신시대와 5공 시대에는 정치적 자유의 한계상황에서 잡혀들어가는 것, 구속되는 것이 운동이었고 투쟁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운동은 선전가도 선동가도 조직가도 키우지 못했다. 요컨대 유능한 정치가를 키우지 못한 것이다. 다만 지사를 키웠을 뿐이다. 지사는 고집이 세고 비타협적이고 독불장군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체질이 다소간 남아있다. 또다른 예를 든다면 [[민중당]]을 무시하고 백안시하는 '운동권'의 태도에는 어떤 이론적 근거보다는 1972-87년이라는 시대에 형성된 관념과 감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 ||
우리는 최근 두 개의 큰 시대적 변화를 겪었다. 그 하나는 국내적인 변화로 1987년의 대변화였다. 그리고 그 둘은 1989년부터 개시되어 1991년 여름에 그 극에 달한 세계사적 대변혁이다. 지금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과연 우리가 이 두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 우리는 최근 두 개의 큰 시대적 변화를 겪었다. 그 하나는 국내적인 변화로 1987년의 대변화였다. 그리고 그 둘은 1989년부터 개시되어 1991년 여름에 그 극에 달한 세계사적 대변혁이다. 지금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과연 우리가 이 두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 ||
예를 들면 89년 10월에 구속된 동지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는 문제에서 주저했었는데 그 때 그 동지들은 관습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임을 인정하거나 선언하는 것이 형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동지들은 87년 이전 시기에 형성된 관습-사회주의자임을 부인하고 용공조작이라고 반박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관습-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설사 형량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사회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쨌든 그 관습은 연이어 구속된 여러 동지들에 의해 이제 완전히 타파되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관습의 강한 힘이며 그것을 깨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 예를 들면 89년 10월에 구속된 동지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는 문제에서 주저했었는데 그 때 그 동지들은 관습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임을 인정하거나 선언하는 것이 형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동지들은 87년 이전 시기에 형성된 관습-사회주의자임을 부인하고 용공조작이라고 반박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관습-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설사 형량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사회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쨌든 그 관습은 연이어 구속된 여러 동지들에 의해 이제 완전히 타파되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관습의 강한 힘이며 그것을 깨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 ||
이제 사회주의자를 '빨갱이'라고 하면서 뿔달린 사람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현존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사회주의자가 큰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지독한 레드콤플렉스의 시대 역시 갔다. 그러므로 이제는 사회주의를 선전했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잡아가두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같은 법률도 시대와 사회적 통념이 바뀌면 해석이 달리 되고 적용이 달리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지금도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많은가? 아마 북한과 관련되어서는 과거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달라졌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이제 사회주의자를 '빨갱이'라고 하면서 뿔달린 사람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현존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사회주의자가 큰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지독한 레드콤플렉스의 시대 역시 갔다. 그러므로 이제는 사회주의를 선전했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잡아가두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같은 법률도 시대와 사회적 통념이 바뀌면 해석이 달리 되고 적용이 달리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지금도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많은가? 아마 북한과 관련되어서는 과거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달라졌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
사실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조직의 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구속하지 못했을 그런 내용이다. 비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활동내용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므로 경찰이나 검찰이 이적행위를 한 이적단체라고 규정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큰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이다. 지하조직=이적단체 내지는 반국가단체, 이것은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요 사회적 통념이다. 이것은 지하조직활동=혁명적 활동, 비밀활동=혁명적 활동, 비합법투쟁=혁명적 투쟁, 이런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운동권의 굳은 관념과 짝을 이루고 있다. 이 낡은 관습과 사회적 통념은 새로운 실천에 의해 타파되어야한다. 만약 | 사실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조직의 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구속하지 못했을 그런 내용이다. 비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활동내용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므로 경찰이나 검찰이 이적행위를 한 이적단체라고 규정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큰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이다. 지하조직=이적단체 내지는 반국가단체, 이것은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요 사회적 통념이다. 이것은 지하조직활동=혁명적 활동, 비밀활동=혁명적 활동, 비합법투쟁=혁명적 투쟁, 이런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운동권의 굳은 관념과 짝을 이루고 있다. 이 낡은 관습과 사회적 통념은 새로운 실천에 의해 타파되어야한다. 만약 [[민중당]]이 사회주의를 지향함을 강령에 명시한다든지 당명에 명시한다고해서 정부가 [[민중당]]을 불법화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거꾸로 뒤집어보면,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의 조직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굳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전 조직원을 구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그럴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의 이적단체사건들은 관성에 의한 행동이며 그 활동내용을 문제삼는다기 보다 안보이는 곳에서 했다는 것을 문제삼는 듯하게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들은 굳이 지하에서 할 필요가 없는 활동을 지하에서 전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기괴한 현상들은 이 과도기의 시대적 특징이며, 행위자들 스스로도 그 의미를 정확히 몰라 헛갈리면서 일관성 없게 행동하는 것이다. | ||
이상의 논의들은 우리의 관념과 활동방식에도 지금은 필요없게 된 구시대의 유물이 혹시 있지나 않는가 살펴보자는 뜻에서 다소간 현실을 단순화 내지는 과장한 측면도 있다.그러나 이런 새로운 관점으로 한번쯤은 창립대회의 결의에도 구시대의 유물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나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상의 논의들은 우리의 관념과 활동방식에도 지금은 필요없게 된 구시대의 유물이 혹시 있지나 않는가 살펴보자는 뜻에서 다소간 현실을 단순화 내지는 과장한 측면도 있다.그러나 이런 새로운 관점으로 한번쯤은 창립대회의 결의에도 구시대의 유물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나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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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는 00지역 신입사원 동지의 "회사는 언제까지 지하활동을 계속할 계획인가? 지하활동만 계속해서는 노동자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00지역의 간부동지로부터 노동운동의 대중적 지도자들을 회사로 인입하기 위한 계획과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00지역 간부 사원들과 회사의 발전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보았다.그것은 다음과같다. | 2. 나는 00지역 신입사원 동지의 "회사는 언제까지 지하활동을 계속할 계획인가? 지하활동만 계속해서는 노동자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00지역의 간부동지로부터 노동운동의 대중적 지도자들을 회사로 인입하기 위한 계획과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00지역 간부 사원들과 회사의 발전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보았다.그것은 다음과같다. | ||
"회사의 공공연한 활동의 개시는 총선 시기에 한다. 총선 시기에 회사를 공개하고 대선에서 민중당(총선에서 당이 해체된다면 아마 민중정당재건 추진위원회가 될 것이다)과 공동후보(백기완?)를 추대하여 100만표 이상을 획득하여 정치적 입지를 만든다.이 전 기간 동안 꾸준히 선진노동자들을 조직할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유명한 지도자들을 설득, 결집하여 대선 이후에 창준위, 민중당 좌파,노동운동의 지도자들 이 3요소를 결합하여 '한국노동당'을 창당한다." 여기서 당명의 부분은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을 광범하게 참여시키기 위해서라면 '사회주의'를 당명에 넣지 않는 선까지 양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 "회사의 공공연한 활동의 개시는 총선 시기에 한다. 총선 시기에 회사를 공개하고 대선에서 [[민중당]](총선에서 당이 해체된다면 아마 민중정당재건 추진위원회가 될 것이다)과 공동후보(백기완?)를 추대하여 100만표 이상을 획득하여 정치적 입지를 만든다.이 전 기간 동안 꾸준히 선진노동자들을 조직할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유명한 지도자들을 설득, 결집하여 대선 이후에 창준위, [[민중당]] 좌파,노동운동의 지도자들 이 3요소를 결합하여 '한국노동당'을 창당한다." 여기서 당명의 부분은 노동운동의 지도자들을 광범하게 참여시키기 위해서라면 '사회주의'를 당명에 넣지 않는 선까지 양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 ||
이 상상화가 하나의 구상이 되기에는 헛점이 많다. 그러나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우리가 지난 몇년 동안 견지해왔던 '노동자정당의 건설경로'에 대한 생각의 구체화, 현실화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체화 및 현실화와 변화는 기획부의 두 동지들의 회사의 노동자정당 건설전략에 대한 문제제기에 접하면서 그와 화합하여 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전략구상으로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 이 상상화가 하나의 구상이 되기에는 헛점이 많다. 그러나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우리가 지난 몇년 동안 견지해왔던 '노동자정당의 건설경로'에 대한 생각의 구체화, 현실화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체화 및 현실화와 변화는 기획부의 두 동지들의 회사의 노동자정당 건설전략에 대한 문제제기에 접하면서 그와 화합하여 하나의 완전히 새로운 전략구상으로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 ||
창립대회의 결의는 우리가 지난 몇년 동안 발전시키고 견지해왔던 전략에 의거하고 있다. 그 전략은 "(맑스주의적) 사회주의운동의 조직적 독자성을 고수하면서 사회민주주의적 내지는 혁명적 민주주의적 좌익 세력들과 연대한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적 독자성을 고수하기 위해 우리는 지하조직을 해소하지 않고 독자적 창당을 준비해왔으며, 다양한 좌익 세력들과의 연대를 위해 우리는 | 창립대회의 결의는 우리가 지난 몇년 동안 발전시키고 견지해왔던 전략에 의거하고 있다. 그 전략은 "(맑스주의적) 사회주의운동의 조직적 독자성을 고수하면서 사회민주주의적 내지는 혁명적 민주주의적 좌익 세력들과 연대한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적 독자성을 고수하기 위해 우리는 지하조직을 해소하지 않고 독자적 창당을 준비해왔으며, 다양한 좌익 세력들과의 연대를 위해 우리는 [[민중당]]에 참여해왔다. 여기서 재검토가 요구되는 부분은 '독자성의 고수'라는 부분이다. 과연 이 시대에 우리가 처한 주객관적 조건속에서 맑스주의자가 독자적으로 대중적 기초를 가진 노동자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다시 한번, 아니 최초로 실제적인 문제로서 직면하게 되었다. 영원히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앞으로 수년간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동지들이 있다. 만약 그 동지들의 생각이 올바르다면 수년 동안 사민주의자를 비롯한 다양한 좌익 세력들과 하나의 당안에서 동거하면서 공생을 도모하는 방법은 어떤가? 그런데 이것은 노동자정당 건설에 대한 새로운 전략 개념을 요구한다. 그 새로운 전략개념은 "사회민주주의자를 비롯한 다양한 좌익세력들과 연합하여 하나의 대중정당을 만든 후에 조직적 독립을 도모한다"는 것이 될 것이다. | ||
맑스주의자가 자신의 힘이 미약하거나 조건이 불리할 때 하나의 섹트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좌익 세력 또는 다른 사상을 가진 노동운동세력과 어울려 하나의 당을 만들어 대중적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전략을 쓴 것은 제1인터내셔널 이래 흔하게 있었던 일이다. 특히 19세기의 유럽에서는 이런 전략을 통해서 맑스주의는 노동운동의 지배적 조류로 서서히 확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른 조류들과 공존, 공생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의 세력이 미약하고 상황이 불리한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전략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 맑스주의자가 자신의 힘이 미약하거나 조건이 불리할 때 하나의 섹트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좌익 세력 또는 다른 사상을 가진 노동운동세력과 어울려 하나의 당을 만들어 대중적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전략을 쓴 것은 제1인터내셔널 이래 흔하게 있었던 일이다. 특히 19세기의 유럽에서는 이런 전략을 통해서 맑스주의는 노동운동의 지배적 조류로 서서히 확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른 조류들과 공존, 공생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의 세력이 미약하고 상황이 불리한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전략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 ||
항상 뭔가 좀 해보려면 우리를 가로 막아왔던 보위문제는 다시금 우리의 앞길에 커다란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 항상 보위문제는 우리에게 넘어야할 또하나의 장애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번번이 이 장애에 걸려서 '선동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으며, 그래서 조직 자체의 활동은 매우 빈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제활동은 다른 합법 또는 '반합법'조직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직의 지도중심은 지하에 있어 햇볕도 못보고 신선한 공기도 숨쉬지 못하니 정보는 늦고 감각은 뒤쳐져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해내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우리의 활동방식이 가진 최대의 모순이었다. | 항상 뭔가 좀 해보려면 우리를 가로 막아왔던 보위문제는 다시금 우리의 앞길에 커다란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 항상 보위문제는 우리에게 넘어야할 또하나의 장애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번번이 이 장애에 걸려서 '선동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으며, 그래서 조직 자체의 활동은 매우 빈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제활동은 다른 합법 또는 '반합법'조직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직의 지도중심은 지하에 있어 햇볕도 못보고 신선한 공기도 숨쉬지 못하니 정보는 늦고 감각은 뒤쳐져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해내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우리의 활동방식이 가진 최대의 모순이었다. | ||
"지하조직운동으로 세력을 키운 후에 합법성쟁취로 나아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계획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전술방침은 말하자면 정면돌파 즉 '우리 입장을 밝히고 선전하며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탄압에 장기적으로 저항하여 이를 극복해내는 것'이었다. 전술을 도덕이 아니라 과학으로서 대하는 기본태도로 이 기본계획과 전술방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정면돌파가 아닌 우회전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본다. 보위문제를 활동방식의 변화로서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 구체적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국가보안법이든 뭐든 적용하는 조건에서 활동하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조직전체의 보위문제가 항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더욱 노동자정당 건설전략 개념의 변화 가능성에 큰 관심을 갖게 하였다. | "지하조직운동으로 세력을 키운 후에 합법성쟁취로 나아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계획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전술방침은 말하자면 정면돌파 즉 '우리 입장을 밝히고 선전하며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탄압에 장기적으로 저항하여 이를 극복해내는 것'이었다. 전술을 도덕이 아니라 과학으로서 대하는 기본태도로 이 기본계획과 전술방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정면돌파가 아닌 우회전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본다. 보위문제를 활동방식의 변화로서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 구체적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국가보안법이든 뭐든 적용하는 조건에서 활동하게 됨으로써 지금처럼 조직전체의 보위문제가 항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더욱 노동자정당 건설전략 개념의 변화 가능성에 큰 관심을 갖게 하였다. | ||
새로운 전략개념을 현재 조건에 적용해보면 "민중당과 (총선전에) 합당을 하여 합법성을 획득하고 민중당을 장기적으로 노동자정당으로 전화시켜나간다"는 계획이 도출된다. 이러한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는 예를 들면 | 새로운 전략개념을 현재 조건에 적용해보면 "민중당과 (총선전에) 합당을 하여 합법성을 획득하고 민중당을 장기적으로 노동자정당으로 전화시켜나간다"는 계획이 도출된다. 이러한 계획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는 예를 들면 [[민중당]]이 지금 내어놓고있는 '새로운 민중정당의 건설' 제안에 호응하는 형식을 취해 (1)[[민중당]] 현지도부의 전원 사퇴와 전당대회의 개최 (2)당명을 노동당으로 개칭 및 강령과 규약의 개정 (3) 당내 민주주의의 실현(그 핵심은 당내 세력분포를 반영하는 지도부,의결기관 구성이다) 등을 조건으로 회사의 중심적 역량이 [[민중당]]에 입당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형식적으로는 합당의 형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싫으면 정정당당히 회사를 공개하고 [[민중당]]과 합당교섭을 벌여 정부의 인내심과 [[민중당]] 지도부의 용기를 시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든 이렇게 회사의 중심역량이 합법공간으로 진출한 후, 회사의 지도중심을 합법정당 내로 이동시켜 나가면서도 수배자 등 일부는 당외에서 말하자면 비밀당원으로(각지역의 조직가, 선전가로) 활동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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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민주의와 한 당에서 동거하게 되면 사민주의와 분명한 일선을 긋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장차 당의 주도권을 사민주의자들에게 빼앗긴다든지 사민주의가 우리 대오를 오염시켜 우리의 사상적 순수성을 빼앗기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사민주의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또 강령에서는 사민주의적 내용으로 타협이 되고 모든 당 선전의 수위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로 제한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존재는 묻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 (3)사민주의와 한 당에서 동거하게 되면 사민주의와 분명한 일선을 긋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장차 당의 주도권을 사민주의자들에게 빼앗긴다든지 사민주의가 우리 대오를 오염시켜 우리의 사상적 순수성을 빼앗기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사민주의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또 강령에서는 사민주의적 내용으로 타협이 되고 모든 당 선전의 수위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로 제한되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존재는 묻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 ||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맑스주의자든 사민주의자든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하여 공생을 도모해야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은 맑스주의자든 사민주의자든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하여 공생을 도모해야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민중당]]이 출마한 지역에서는 상당한 득표를 하였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1%의 득표도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이런 상황조건에서 우리의 사민주의에 대한 태도가 서로 제1당, 제2당을 다투는 위치에 있는 공산당의 사민당에 대한 태도와 같을 수 없다. 더욱이 사회민주주의를 사회파시즘으로 규정하고 부르주아정당들보다 더 적대시하다가 나중에 파시즘이 대두하자 태도를 바꾸어 뒤늦게 인민전선정책으로 전환했던 20년대의 제3인터내셔널의 잘못된 정책을 따를 필요야 있겠는가? 이것은 사민주의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 태도에 관한 문제인바 우리는 당분간 공생을 전제로한 선의의 경쟁을 위주로 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추상적인 이론논쟁으로 보다는 실천에서 그리고 구체적 정책에서 제압하고 그들의 한계를 폭로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할 것이다. 맑스주의자의 우위는 이론에서보다도 실천에서 더 잘 드러나는 법이며 과학과 이데올로기가 뚜렷이 구별되는 것 또한 실천의 영역이다. 또한 민중운동 내부사정을 놓고 보더라도 주사파에 대항하는데에는 그들이 동맹군이 될 수 있게 되어 있다. | ||
어차피 우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사민주의와의 공개적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것은 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하든 안하든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민주의와의 접촉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리 접촉하여 그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민주의는 아직 현실적인 정치세력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형성되고 있는 학파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학파에서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극적 정책으로 임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사민주의로 진화할 수 있는, 라쌀레주의와 같은 토착적이며 강력한 대중적 기반을 가진 정치집단이 없다. 사민주의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사실 그렇게 기름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여러 세력들이 터를 잡고 있는 노동운동에서 사민주의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은 추상적 가능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민주의가 우리 대오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소심함의 발로가 아닌가? | 어차피 우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사민주의와의 공개적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이것은 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하든 안하든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민주의와의 접촉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리 접촉하여 그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민주의는 아직 현실적인 정치세력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형성되고 있는 학파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학파에서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극적 정책으로 임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사민주의로 진화할 수 있는, 라쌀레주의와 같은 토착적이며 강력한 대중적 기반을 가진 정치집단이 없다. 사민주의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사실 그렇게 기름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여러 세력들이 터를 잡고 있는 노동운동에서 사민주의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직은 추상적 가능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민주의가 우리 대오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소심함의 발로가 아닌가? | ||
물론 통합당의 강령은 민중운동의 모든 유파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최소강령 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낙착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선전의 내용이 그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통합당은 아마도 이런 방면에서는 보다 덜 엄격한 규율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의 선전 이론 기관을 우리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사회당에서도 당의 사무국,선전이론 기관은 좌파가 장악하고 있고 의원단은 우파가 장악하고 있다는데 이것은 일정한 한계내에서는 어느 정당에든 적용될 수 있는 자연법칙이 아닐까? | 물론 통합당의 강령은 민중운동의 모든 유파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최소강령 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낙착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선전의 내용이 그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통합당은 아마도 이런 방면에서는 보다 덜 엄격한 규율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의 선전 이론 기관을 우리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본사회당에서도 당의 사무국,선전이론 기관은 좌파가 장악하고 있고 의원단은 우파가 장악하고 있다는데 이것은 일정한 한계내에서는 어느 정당에든 적용될 수 있는 자연법칙이 아닐까? | ||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계보를 형성할 것이며, 우리 회사는 그대로 그 계보의 지도 핵심 대오로 전화되어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계보를 형성할 것이며, 우리 회사는 그대로 그 계보의 지도 핵심 대오로 전화되어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민중당]]의 최대 주주이다. 물론 우리의 지분은 지도부 구성에서 정확히 반영되고 있지 않고 지분만큼의 발언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므로 당내 민주주의만 제대로 실천된다면 우리는 당의 지도권을 잡을 수 있고 또 잡아야 한다. 우리가 [[민중당]]을 장대로 삼아 비약을 하고자하는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전략 개념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것도 우리가 이런 개념을 현실화할 수 있는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
1991. 9. 29. | 1991. 9.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