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노동자정당 건설전략에 대해 재고를 요청함: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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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우리의 관념과 활동방식에는 1987년 이전 시대의 유물도 섞여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메너리즘이나 굳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6)우리의 관념과 활동방식에는 1987년 이전 시대의 유물도 섞여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메너리즘이나 굳은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
1972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 정치상황은 전형적인 '개발독재' 였으며 '종속파시즘체제'였다. 이 폭압통치 기간을 통해서 한국 자본주의는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주의운동이 싹트고 자라나온 밭은 이 시대의 이른바 '민족민주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학생운동이었다. 우리는 이 시대에 형성된 관습과 관념을 아직도 많이 물려받고 있다. 예를 들면 유신시대와 5공 시대에는 정치적 자유의 한계상황에서 잡혀들어가는 것, 구속되는 것이 운동이었고 투쟁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운동은 선전가도 선동가도 조직가도 키우지 못했다. 요컨대 유능한 정치가를 키우지 못한 것이다. 다만 지사를 키웠을 뿐이다. 지사는 고집이 세고 비타협적이고 독불장군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체질이 다소간 남아있다. 또다른 예를 든다면 민중당을 무시하고 백안시하는 '운동권'의 태도에는 어떤 이론적 근거보다는 | 1972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 정치상황은 전형적인 '개발독재' 였으며 '종속파시즘체제'였다. 이 폭압통치 기간을 통해서 한국 자본주의는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 사회주의운동이 싹트고 자라나온 밭은 이 시대의 이른바 '민족민주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학생운동이었다. 우리는 이 시대에 형성된 관습과 관념을 아직도 많이 물려받고 있다. 예를 들면 유신시대와 5공 시대에는 정치적 자유의 한계상황에서 잡혀들어가는 것, 구속되는 것이 운동이었고 투쟁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운동은 선전가도 선동가도 조직가도 키우지 못했다. 요컨대 유능한 정치가를 키우지 못한 것이다. 다만 지사를 키웠을 뿐이다. 지사는 고집이 세고 비타협적이고 독불장군이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체질이 다소간 남아있다. 또다른 예를 든다면 민중당을 무시하고 백안시하는 '운동권'의 태도에는 어떤 이론적 근거보다는 1972-87년이라는 시대에 형성된 관념과 감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 ||
1972-87년이라는 시대에 형성된 관념과 감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 |||
우리는 최근 두 개의 큰 시대적 변화를 겪었다. 그 하나는 국내적인 변화로 1987년의 대변화였다. 그리고 그 둘은 1989년부터 개시되어 1991년 여름에 그 극에 달한 세계사적 대변혁이다. 지금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과연 우리가 이 두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 우리는 최근 두 개의 큰 시대적 변화를 겪었다. 그 하나는 국내적인 변화로 1987년의 대변화였다. 그리고 그 둘은 1989년부터 개시되어 1991년 여름에 그 극에 달한 세계사적 대변혁이다. 지금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과연 우리가 이 두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에 잘 적응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 ||
예를 들면 89년 10월에 구속된 동지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는 문제에서 주저했었는데 그 때 그 동지들은 관습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임을 인정하거나 선언하는 것이 형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동지들은 87년 이전 시기에 형성된 관습-사회주의자임을 부인하고 용공조작이라고 반박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관습-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던 | 예를 들면 89년 10월에 구속된 동지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하는 문제에서 주저했었는데 그 때 그 동지들은 관습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임을 인정하거나 선언하는 것이 형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동지들은 87년 이전 시기에 형성된 관습-사회주의자임을 부인하고 용공조작이라고 반박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관습-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설사 형량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사회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어쨌든 그 관습은 연이어 구속된 여러 동지들에 의해 이제 완전히 타파되고 말았다. 그런데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관습의 강한 힘이며 그것을 깨는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 ||
이제 사회주의자를 '빨갱이'라고 하면서 뿔달린 사람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현존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사회주의자가 큰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지독한 레드콤플렉스의 시대 역시 갔다. 그러므로 이제는 사회주의를 선전했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잡아가두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같은 법률도 시대와 사회적 통념이 바뀌면 해석이 달리 되고 적용이 달리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지금도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많은가? 아마 북한과 관련되어서는 과거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달라졌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이제 사회주의자를 '빨갱이'라고 하면서 뿔달린 사람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현존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사회주의자가 큰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지독한 레드콤플렉스의 시대 역시 갔다. 그러므로 이제는 사회주의를 선전했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잡아가두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같은 법률도 시대와 사회적 통념이 바뀌면 해석이 달리 되고 적용이 달리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지금도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많은가? 아마 북한과 관련되어서는 과거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주의'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달라졌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
사실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조직의 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구속하지 못했을 그런 내용이다. 비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활동내용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므로 경찰이나 검찰이 이적행위를 한 이적단체라고 규정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큰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이다. 지하조직=이적단체 내지는 반국가단체, 이것은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요 사회적 통념이다. 이것은 지하조직활동=혁명적 활동, 비밀활동=혁명적 활동, 비합법투쟁=혁명적 투쟁, 이런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운동권의 굳은 관념과 짝을 이루고 있다. 이 낡은 관습과 사회적 통념은 새로운 실천에 의해 타파되어야한다. 만약 민중당이 사회주의를 지향함을 강령에 명시한다든지 당명에 명시한다고해서 정부가 민중당을 불법화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거꾸로 뒤집어보면,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의 조직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굳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전 조직원을 구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그럴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의 이적단체사건들은 관성에 의한 행동이며 그 활동내용을 문제삼는다기 보다 안보이는 곳에서 했다는 것을 문제삼는 듯하게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들은 굳이 지하에서 할 필요가 없는 활동을 지하에서 전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기괴한 현상들은 이 과도기의 시대적 특징이며, 행위자들 스스로도 그 의미를 정확히 몰라 헛갈리면서 일관성 없게 행동하는 것이다. | 사실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조직의 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구속하지 못했을 그런 내용이다. 비밀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 활동내용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므로 경찰이나 검찰이 이적행위를 한 이적단체라고 규정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큰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이다. 지하조직=이적단체 내지는 반국가단체, 이것은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요 사회적 통념이다. 이것은 지하조직활동=혁명적 활동, 비밀활동=혁명적 활동, 비합법투쟁=혁명적 투쟁, 이런 구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운동권의 굳은 관념과 짝을 이루고 있다. 이 낡은 관습과 사회적 통념은 새로운 실천에 의해 타파되어야한다. 만약 민중당이 사회주의를 지향함을 강령에 명시한다든지 당명에 명시한다고해서 정부가 민중당을 불법화시킬 수 있겠는가?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거꾸로 뒤집어보면, 요즈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있는 사회주의자의 조직활동 내용은 그것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굳이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전 조직원을 구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그럴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요즈음의 이적단체사건들은 관성에 의한 행동이며 그 활동내용을 문제삼는다기 보다 안보이는 곳에서 했다는 것을 문제삼는 듯하게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들은 굳이 지하에서 할 필요가 없는 활동을 지하에서 전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기괴한 현상들은 이 과도기의 시대적 특징이며, 행위자들 스스로도 그 의미를 정확히 몰라 헛갈리면서 일관성 없게 행동하는 것이다. |